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 역사와 신화, 그리고 기억을 화폭에 새긴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안젤름 키퍼는 1945년 독일에서 태어나 1970년대부터 현대미술계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화가이자 조각가로 활동해온 인물입니다. 그의 작품은 깊은 역사적 주제와 신화, 문학,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깊이를 보여줍니다.
역사와 기억을 품은 예술
키퍼는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유럽의 역사, 그리고 나치즘과 관련된 논쟁적 주제를 자주 다루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전쟁의 상흔과 사회 집단 기억, 그리고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깊은 사유가 녹아 있습니다. 거칠고 두터운 표면에 짚, 재, 납, 흙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사용하며, 이 독특한 물성으로 과거의 무게와 복잡한 감정을 시각화합니다.
신화와 문학, 철학을 연계한 작품 세계
키퍼는 고대 신화부터 카발라 신비주의, 중세 독일 문학, 그리고 유대교 전통까지 다양한 문화적 텍스트를 작품에 반영합니다. 특히 폴 첼란의 시 「죽음의 푸가」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유명하고, 이들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 기억과 망각의 긴장된 관계를 탐구합니다.
예술적 기법과 형식
키퍼의 작품은 평범한 유화를 넘어, 조각적이고 설치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린 질감, 그리고 덧칠하고 긁어내는 과정이 중요한데, 이를 통해 우연성과 계획, 창조와 파괴가 공존하는 역동적 작업을 선보입니다. 납이라는 무거운 재료 사용은 ‘인류 역사의 무게’를 상징하며, 그의 그림과 설치물은 냉철하지만 동시에 영적인 경건함을 품고 있습니다.
현대미술과 사회적 역할
키퍼는 단순히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화가를 넘어서, 예술이 사회적 문제와 역사적 피해를 어떻게 다루고 치유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예술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관람자에게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를 성찰할 수 있는 강력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안젤름 키퍼는 역사와 문화, 신화와 현실을 혼합하여 독특한 언어로 이야기하는 현대미술의 대가입니다. 그의 작품을 통해 예술이 단순한 미적 대상이 아니라, 깊은 사유와 기억, 치유의 매개체임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SFMOMA에서 만난 그의 작품들은 그 무게감과 심오함으로 관람객의 가슴을 오래도록 울릴 것입니다!



SFMOMA에서 만난 신화와 우주의 현장 — Anselm Kiefer의 ‘Unfolding of the Sefirot’ 앞에서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을 거닐다 보면 한눈에 ‘땅과 우주, 신화와 과학’의 경계가 한 점에 녹아든 듯한 강렬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독일 작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가 1985~88년에 걸쳐 완성한 《Entfaltung der Sefirot (Unfolding of the Sefirot)》다. 가까이서 보면 그림이라기보다는 마치 시간에 쓸려온 유적지 같다—캔버스엔 흙, 납, 재, 은화, 심지어 사진과 종이까지 온갖 물성이 두텁게 얹혔다.
만능 재료와 유대 신비주의의 만남
작품 상단엔 맨홀 뚜껑 같은 무늬에 ‘Ain Soph’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이것은 유대교 카발라 신비주의에서 ‘우주가 창조되기 전 무한한 상태’를 뜻한다. 캔버스 아래에선 여섯 개의 돌과 납 조각이 매달려 ‘세피로트’(신적 속성의 나무)와 베셀(용기)들이 깨지는 신화, 신의 빛과 파괴의 이중성, 창조의 근원을 암시한다. 불타오르는 사진, 흙, 납—모든 재료는 ‘우주와 인간의 본질’이라는 큰 화두를 예술적 물성으로 드러낸다.
창조와 파괴의 공존
이 그림은 절망과 탄생이 동시적으로 등장한다. 신의 빛이 쏟아져 넘치면서 베셀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의 시작은 곧 파멸의 잔재를 남긴다. 키퍼의 세계에서 ‘시작’은 늘 ‘끝’과 교차한다. 그 텍스처와 색감, 무게감 덕분에 관람객은 평면이 아닌 실제 ‘우주의 태초’에 서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현대 신화의 오브제’
이 작품 앞에 서면, 미술관이 더 이상 단순 감상의 장소가 아니라, 우주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변모한다. 일상, 신화, 철학, 종교가 거친 캔버스에 한데 얽혀,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세계의 시작과 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키퍼의 《Unfolding of the Sefirot》—현대미술의 경이와 무게를 모두 느낄 수 있었던 마법 같은 작품이었다!


SFMOMA에서 만난 ‘다스(Daath)’—키퍼의 다리 위를 건너며 사유의 미로에 빠지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뜻밖의 깊이를 만난 순간. 전시장 한복판, 중후한 질감의 거대한 캔버스에 흐릿하게 적힌 ‘Daath’라는 글씨와, 암흑을 뚫고 이어진 거대한 다리 하나. 바로 독일 현대미술 거장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의 <Daath>(1990)다.
육체와 영혼, 지식의 다리를 건너는 여정
멀리서 보면 오일, 재, 레진 속에 파묻힌 다리는 마치 황량한 폐허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피어나는 한 줄기 길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서면, 마치 브릿지 위를 건너는 여행자의 시점이 되어 세상을 관찰하게 된다. 이번에 미술관 설명을 따라 읽어보니, "Daath"는 헤브라이어로 ‘지식’을 뜻하며, 유대 신비주의(카발라)에서 신과 인간을 잇는 중요한 개념이라고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다리—영혼이 머무는 그 '사이'
설명글은 이 브릿지가 “끝없이 이어지는 다리”처럼 어둡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허를 통과하는 통로라고 말한다. 인간의 의식이 신성한 존재와 하나가 될 수 있는 가능성, 그 신비로운 여정. 키퍼는 종교의 상징을 해석하며 “나는 오래된 지식을 재해석하고, 우리가 왜 하늘을 찾는지 그 연속성을 발견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고.
재와 재료와 시간—키퍼만의 물성
실제로 작품을 보면, 두껍게 쌓인 재와 오일 위로 마치 금속이나 돌을 누르듯 거칠게 긁힌 다리 형태가 있다. 물성의 파괴와 축적, 그 위에 적힌 ‘Daath’—이 모든 것들이 시간과 기억, 지식과 신비 사이의 경계를 초월한다. 이 다리는 현실과 영적 세계, 과거와 미래, 파괴와 창조가 교차하는 경계선이 된다.
미술관에서 건넌 나만의 다리
이번 SFMOMA 방문에서 이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르며, 나 역시 저 다리 위를 묵묵히 걷는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세상의 참된 의미와 영적 세계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탐구,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수많은 상징과 흔적들. 키퍼의 <Daath>는 단순한 풍경화를 넘어 ‘지식’과 ‘경험’ 사이의 미로를 관객에게 직접 걷게 하는 작품이었다.
한 번 건너기 시작하면, 어디서 끝날지 알 수 없는 무한의 다리. 이것이 바로 키퍼의 예술이 전하는 깊이와 힘이 아닐까?
SFMOMA, 오늘은 지식과 창조의 다리를 건너며 한층 더 깊은 내면 여행을 떠난 날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SFMOMA에서 만난 ‘흙과 시간의 예술’—안젤름 키퍼의 작품 질감을 바라보다
다른 어느 회화와도 다른 존재감을 뿜어내는 거대한 캔버스 앞에 선다. 가까이 다가가면 놀라울 정도로 두껍고 거친 표면이 마치 대지 그 자체인 것처럼 드러난다. 바로 독일 현대미술의 마법사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의 강렬한 작업이다.
회화인가 지층인가?—키퍼 작품의 ‘표면 여행’
조심스레 캠퍼스 표면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흙·재·오일·금속·레진 등 온갖 물성이 뒤엉켜 있다. 마치 자연이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놓은 암석층이나, 흙길에 난 금 가루 같은 고요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붓 뿐 아니라 손, 헤라, 심지어 실제 자연 요소를 사용해 무수한 흔적을 새긴 덕에, 한 뼘 한 뼘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생성된다.
시간과 신화, 그리고 인간을 품은 표면
키퍼는 단순한 색과 선만으로 승부하는 화가가 아니다. 재료가 쌓이고, 부서지고, 다시 바르고 긁어내는 과정 자체가 역사와 신화의 순환을 상징한다. 캔버스 표면 깊숙이 패인 균열과 거친 질감은 지식의 길, 신화의 흔적, 인간 내면의 고통과 재생의 이야기까지 모두 투사하는 무대가 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하나의 풍경이자, 시간의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미술관에서 ‘촉각’으로 감상한 작품
SFMOMA의 키퍼 작품 앞에 오래 서 있으면, 마음 한구석에선 ‘직접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이 올라온다. 실제로는 손을 대면 안 되지만, 눈으로 텍스처를 더듬는 것만으로도 미술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감각이 전달된다.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표면의 갈라짐과 울퉁불퉁한 흔적—그것이 바로 키퍼가 전하고 싶은 ‘대지의 역사’와 ‘인간의 시간’이다.
오늘의 SFMOMA 여행, 색이 아닌 물성과 시간으로 기억에 남는 한 점—안젤름 키퍼의 예술은, 결국 우리 모두가 지닌 상처와 기억을 껴안는 거대한 땅의 초상화였다!


SFMOMA에서 만난 ‘대지의 서사시’—안젤름 키퍼 갤러리에서 느낀 압도적 존재감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한쪽, 시선을 압도하는 거대한 캔버스와 그 아래 오래된 대지처럼 갈라진 표면, 강렬하면서도 신비로운 형상들이 관람객을 조용히 둘러싼다. 바로 독일 현대미술의 전설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작품이다. 키퍼의 그림 앞에 서면 마치 황량한 역사 현장이나, 인간의 기억 저편 어딘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흙’과 ‘기억’이 쌓인 회화
가까이 다가가면 캔버스 표면에 덧입혀진 흙, 잿빛의 물질, 그 위에 겹겹이 발라지고, 깎이고, 드러난 색과 선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마치 지층이 시간과 세월을 품고 무수히 쌓인 것처럼, 키퍼의 그림 역시 시대의 상흔, 신화, 집단 기억을 두껍고 거칠게 품고 있다. 단순한 미술작품을 넘어 대지와 자연, 인간사의 흔적 그 자체가 캔버스에 녹아든다.
‘역사’와 ‘신화’가 교차하는 미래적 풍경
큰 그림 속에는 길게 뻗은 선과 기이한 문양, 불타는 듯한 흰색과 어두운 갈색이 뒤섞여 있다. 키퍼는 유럽의 신화, 철학, 유대 신비주의, 자신이 자라난 독일의 역사까지 모두 녹여낸다. 작품 한 켠에 적힌 글귀와도 같은 지문(“ Wege, Fronteira, ...”)는 관람객에게 또 다른 길, 다른 의미의 세계로 떠나라 권하는 듯하다.
미술관에서 ‘호흡’으로 감상하는 예술
SFMOMA에서 키퍼 갤러리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경험이다. 한 점, 한 점을 오랜 시간 천천히 바라보고, 표면의 굴곡과 색의 잔상을 따라가다 보면, 단숨에 관람객도 키퍼의 서사시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다른 방에서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의 모습조차 하나의 여백처럼 다가온다.
오늘의 미술관 산책에서 가장 오래 여운이 남는 순간—키퍼의 작품 앞에서, 예술이 시간과 현실, 그리고 깊은 인간적 질문을 어떻게 품는지를 새삼 실감했다.
‘질감의 바다’ 위를 걷던 이 감동,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



SFMOMA에서 만난 네 명의 ‘빈 몸’—Magdalena Abakanowicz의 강렬한 조각 설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에서 튀어나온 듯한 네 개의 인체가 거친 통나무 위에 우뚝 서 있는 장면을 마주한다. 폴란드 출신의 조각가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Magdalena Abakanowicz)가 1990년에 만든 작품 《Four on a Bench I (Group A)》는, 두꺼운 삼베와 나무, 레진, 그리고 강철로 만들어진 ‘머리 없는 인체’들의 강렬한 존재감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사라진 얼굴, 남겨진 상실의 이야기
이 작품을 찬찬히 바라보면, 네 개의 인형 모두 머리 없이 빈 껍데기로 남아있다. 손과 발, 그리고 뻣뻣하게 굳은 자세는 마치 전쟁의 상흔이나 집단적 아픔을 담아내고 있다. 군데군데 밴드를 감은 듯한 삼베의 결은, 폴란드가 겪었던 전쟁과 점령, 그리고 아바카노비치가 간호사로 일했던 기억에서 비롯된 ‘상실’과 ‘소외’의 흔적이다.
‘비어 있음’이 주는 긴장감
벤치 위에 일렬로 배치된 인체들은 서로 가까이 있지만 완전히 소통하지 않는다. 외로움, 불안, 의지와 포기, 무의미 속의 긴장감이 동시에 전해진다. 아바카노비치는 “고향이 사라지면서 점점 더 hollow(공허)해진 느낌, 내면이 비워지고 겉껍데기만 남는 기분”이라고 회상했다.
‘텅 빈 몸들’—개인, 집단, 역사라는 무대
이 조각은 단순한 인물상이 아니다. 내전과 전쟁, 망명, 강제이주처럼 한 시대를 관통한 고통의 형상이자, 우리 현대인의 심리까지 공명한다.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이 빈 몸들은 누구이며, 어디를 바라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오늘의 SFMOMA 산책, 네 개의 머리 없는 인체상과 함께한 시간은 곧 전쟁과 평화, 개인과 집단, 상실과 연대에 대한 묵직한 명상이었다. 아바카노비치가 남긴 ‘비어 있음’의 울림은 오히려 무엇보다 가득하고, 오래 잊히지 않을 감동을 남겼다!



SFMOMA에서 만난 ‘박물관’의 역설—안젤름 키퍼의 ‘Das Museum’ 앞에 서서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한 벽면, 멀리서 보면 네오클래식 구조의 유적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황폐와 파괴, 그리고 무거운 역사까지 모두 녹아든 듯한 한 점의 그림—바로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Das Museum》(1984–92)이다.
잿빛의 폐허, 영원과 오염의 경계
고대 신전 같은 건물이지만, 캔버스 전체를 뒤덮은 재와 납, 그리고 두텁고 거친 질감은 그저 ‘영광의 기억’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실제로 키퍼는 이 작품에 독일 민족주의와 나치즘의 어두운 과거, 그 상징적 전당이었던 ‘Hall of Soldiers’의 기념비적 공간을 소환했다. 표면을 뚫고 거칠게 드러나는 선들은 기억과 시간의 층위를 상징처럼 보여준다.
‘박물관’이란 이름의 무게
키퍼의 이 작품은 박물관이 단순히 문명을 보존하는 공간인지, 아니면 오히려 역사의 왜곡과 오염—그 어두운 이면을 머금고 있는지 되묻는다. 납이라는, 그리고 독성이 있는 재료의 사용 자체가 이중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영원함을 꿈꾸는 건축조차 결국은 부식과 파괴를 견딜 수 없다”는, 키퍼의 통렬한 역설이 바로 그 표면에서 생생하게 느껴진다.
역사와 기억을 다시 묻는 시간
이 작품 앞에 서면 수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기념비와 영원성을 꿈꾼 공간이 이렇게 쉽게 손상되고, 오염된다는 사실. 어떤 기억은 박제되고, 어떤 진실은 납과 재 아래 영영 묻힐 수도 있다는 점. 키퍼는, 박물관이 ‘진실의 저장고’이되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새로운 신화, 혹은 위험한 신화가 될 수도 있음을 무겁게 일깨운다.
오늘 SFMOMA의 키퍼 방에서 만난 <Das Museum>—예술과 역사, 기억과 망각, 영원과 쇠락의 경계에 스스로를 던져보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그림 한 켠의 낡은 회랑처럼, 진짜 '박물관'도 어쩌면 늘 새로운 질문과 불안함을 머금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SFMOMA에서 만난 대지와 신화의 흔적—안젤름 키퍼의 ‘날개’가 내게 남긴 공명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자연과 역사의 무게, 그리고 신화적 울림을 모두 품은 압도적인 작품을 만나봤다. 독일의 거장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 특유의 텍스처와 대담한 매체 사용, 마치 현장감 넘치는 고고학 유물 같은 표면이 일단 시선을 붙든다. 화면 중앙, 거대한 대지 위에서 날개 하나가 바람에 휘날리듯 펼쳐져 있다.
재, 흙, 금속—물성의 마법을 펼치다
키퍼의 작품 앞에 서면 캔버스라기보단 한 조각 파헤쳐진 논밭이나, 오래된 전쟁터의 자취나, 혹은 불타고 남은 신화의 상징 같은 감각이 밀려온다. 재, 흙, 풀, 납, 그리고 닳아버린 듯한 날개 조각은 보기만 해도 촉감과 냄새, 심지어 습도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현대미술관에서 이렇게 강렬하게 ‘물질’을 느끼게 하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
날개의 상징—떠오름, 추락, 재생의 순환
그림 중앙의 날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상처입고 흙에 파묻혔지만 여전히 펼쳐져 있는 모습은, 죽음과 파괴,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재생의 기억을 담고 있다. 키퍼의 세계에서 날개는 신화적 존재의 매개체이자, 인간의 자유와 욕망, 넘어짐과 부활이라는 이중 메시지를 동시에 품는다.
대지와 인간, 신화 사이를 잇는 이야기
키퍼는 작품 전체에 자연, 신화, 인간사를 담아 ‘한 폭의 기록’을 만든다. 거친 표면, 구불구불한 선, 그리고 날개와 풀 더미까지—관객은 마치 노래 없는 서사시를 읽듯 작품에 빠져든다. 작품을 보는 순간마다 ‘여기는 어디지? 이 날개는 어디로 나는 걸까?’라는 질문이 자꾸 떠오른다.
SFMOMA에서 이 작품 앞에 서면, 예술이 머무는 곳이 단지 화이트 큐브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안젤름 키퍼의 날개—그것은 아마 관람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 한편에도 아주 오래, 무겁고도 가볍게 날아오를 것이다!



‘어둠과 불꽃의 전당’—안젤름 키퍼의 ‘Sulamith’와 역사의 장중함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한가운데, 거대한 어둠이 웅크리고 있었다. 바로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의 1983년작 《Sulamith》. 화면을 가득 채운 깊은 아치와 굴곡진 표면, 그 끝에 작은 불빛이 타오르듯 깜박인다. 멀리서 볼 땐 고대 신전 같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두툼한 물감과 짚, 회화와 조각이 뒤섞여 ‘기억의 무게’가 실감 난다.
파시즘 기념관,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존하는 공간
이 압도적인 내부 공간은 원래 독일 나치즘 군인들에게 헌정된 ‘Hall of Soldiers’를 본떴다. 하지만 키퍼는 처절한 화재와 짙은 어둠, 타고 남은 흔적으로 공간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현장에서 받았던 폐허의 선, 희미한 광휘, 사라진 영웅담 대신 '기억해야 할 아픔'과 '망각에 저항하는 흔적'이 되살아난다.
쉴라미트와 마가레테—한 편의 서사시가 담긴 구조
캔버스 한 편에는 희미하게 ‘Sulamith’(쉴라미트)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는 유대인 여성 피해자의 이름으로, 폴 첼란(Paul Celan)의 시 「죽음의 푸가」에서 따왔다. 이 시에 등장하는 금발 아리아인 마가레테와 재투성이의 유대인 쉴라미트—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이 교차되는 복합적 시선이 이 거대한 회화에도 녹아 있다.
물질, 상처, 그리고 예술의 힘
짚, 목탄, 오일, 아크릴, 셀락 등 무거운 재질이 층층이 쌓였다. 단순한 유채화가 아니라 찢긴 시간, 전쟁과 핍박, 역사적 상흔이 촉각적으로 드러난다. 동시에, 아치 저 너머 약한 불빛은 파괴와 상실 속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희망—망각을 거부하는 예술과 기억의 불씨다.
SFMOMA에서 키퍼의 ‘Sulamith’ 앞에 서면, 뼈아픈 과거와 찬란한 서광, 그리고 예술이 주는 숙연함까지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미술관이라는 무대 위, 한 점의 그림이 역사의 장중함을 이토록 직접적으로 전하는 순간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포스팅 연재 시리즈
1편 :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SF MOMA) 첫 인상, 가기 전부터 설레었던 미국 서부 최대 규모의 현대 미술관
2편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7층 ‘Get in the Game’ 전시 1편 - 스포츠의 점프, 예술의 비상
3편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7층 ‘Get in the Game’ 전시 2편 - 스포츠 누아르와 ‘에너지 폭발’ 드로잉의 매력
5편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7층 ‘Get in the Game’ 전시 4편 - “Slow Clap”—경쟁과 환호, 스포츠 영웅의 뒷면
6편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 현대미술의 세계에서 잔잔한 기쁨과 따뜻한 위로, Gerhard Richter의 ‘Lesende(Reader)’
7편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 Gerhard Richter의 사진 회화에 빠지다
8편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 다리 위를 건너며 사유의 미로에 빠지다
9편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거대한 ‘사과 한 입’ 그리고 '도트 호박'의 유쾌한 압도
★ 샌프란시스코 여행 블로그 연재 [시빅센터]
1편 : 샌프란시스코 시청, 위험을 무릅쓴 반전의 명소! 웨딩 촬영 성지로 거듭나다!
2편 : 샌프란시스코 시청의 역사 시간 여행— '감동의 개관식' 그 한 장면, 존 F. 셸리의 흔적을 만나다
3편 : 샌프란시스코 여행, 시청에서 건축의 낭만을 만나다
4편 : South Light Court,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뜻밖의 전시관 산책
5편 : 샌프란시스코 시청 근처 한식당 미친 가성비 맛집 "진미식당(Jin Mi Korean Cuisine)" 가성비 돌솥비빔밥 & 팝콘치킨 그리고 김치찌개!
6편 : 샌프란시스코 도서관(SAN FRANCISCO PUBLIC LIBRARY), 마야 안젤루Maya Angelou)를 만나다!
7편 : 아이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공립 도서관(San Francisco Public Library) 책 속 탐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