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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SFMOMA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 브라이스 마든의 'Cold Mountain 6 (Bridge)'—동양의 선(禪)이 물든 추상적 산책, 리 크래스너(Lee Krasner)의 ‘Polar Stampede’(1960): 밤, 혼돈, 그리고 예술의 분출

by Rich Mong 2025. 9. 21.

브라이스 마든(Brice Marden)의 ‘Cold Mountain 6 (Bridge)’ —동양의 선(禪)이 물든 추상적 산책
브라이스 마든(Brice Marden)의 ‘Cold Mountain 6 (Bridge)’ —동양의 선(禪)이 물든 추상적 산책

브라이스 마든의 'Cold Mountain 6 (Bridge)'—동양의 선(禪)이 물든 추상적 산책

오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층별 산책 중, 흥미로운 작품 한 점 앞에서 마음이 멈췄다. 흑백의 곡선들이 화면 가득 교차하는 그림, 바로 브라이스 마든(Brice Marden)의 ‘Cold Mountain 6 (Bridge)’. 전시장 안내문을 읽어보니, 이 그림은 중국 서예와 당나라 시인 한산(寒山)의 글에서 영감을 얻어 그려졌다고 한다. 산수의 기운과 선적인 움직임, 그리고 한 획 한 획의 ‘신체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획 그 자체가 산책이 된다”—동양과 서양의 만남

마치 선사시대 동굴벽화나 문자처럼, 단순한 곡선과 선들이 겹치며 추상적인 ‘산길’이나 ‘마음의 지도’가 펼쳐진다. 작가는 “서예는 기법이나 이념이 아니라, 순수한 신체적 표현”이라 강조한다. 한 획, 한 획을 그릴 때마다 화가의 몸짓과 호흡이 선에 담기고, 보는 이도 그 흔적을 따라 마음으로 산책하게 된다.

회화는 ‘움직임의 기록’—몸과 마음이 만나는 예술

마든의 그림 앞에서는 ‘의미’를 찾기보다 몸과 눈으로 선의 흐름을 따라가 보는 재미가 있다. 착실하게 반복되는 선에는 고요함과 긴장, 규칙과 자유가 동시에 존재한다. 바로 이런 곳에 동양의 ‘선(禪)’적인 명상과 서양 추상의 역동성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이번 SFMOMA 전시의 백미는, 바로 이런 이질적인 사유와 움직임이 한 화면에 공존하며 ‘예술 속 산책길’을 만들어낸다는 것. 층별 안내를 따라 걷다 만난 마든의 ‘Cold Mountain 6 (Bridge)’ 덕분에, 오늘도 전시장의 한 구석에서 자신만의 마음의 산길을 걸었다!


Brice Marden, "Cold Mountain 6 (Bridge)" 작품의 전시장 안내문

 

브라이스 마든
미국, 1938–2023

Cold Mountain 6 (Bridge)
1989–91
리넨에 유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Phyllis C. Wattis의 기증을 통한 구입, 1999년

이 그림은 중국 서예와 당나라(608–906년)의 전설적인 시인 한산(寒山, Cold Mountain)의 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한산은 성스러운 텐타이 산맥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로 남겼습니다. 마든은 추상을 위한 서예의 표현력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서예는 매우 개인적인 이유로 매우 신체적입니다. 그것은 기술이나 이념이 아니라 순수한 표현의 한 형태입니다. 서예가가 획을 그을 때마다, 그만의 육체성 덕분에 독특하게 됩니다. 회화 역시 신체적인 행위이며, 창조 행위 자체도 그렇습니다. 이런 신체성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브라이스 마든(Brice Marden)

브라이스 마든(Brice Marden)

브라이스 마든(Brice Marden, 1938~2023)은 미니멀리즘, 추상표현주의, 동양 서예의 요소를 융합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추상 회화로 명성을 얻은 미국의 화가입니다. 1975년, 37세의 나이로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고, 말년까지 혁신적인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주요 활동 시기 및 스타일
  • 초기 모노크롬 회화 (1960년대): 유화와 밀랍을 혼합한 독특한 질감을 사용해 단색 패널을 제작하며 미니멀리스트 추상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여러 겹의 물감을 겹쳐 칠해 깊이감과 존재감을 부여한 것이 특징입니다.
  • 후기 서예적 추상 (1980년대 이후): 1984년 중국 서예 전시를 본 후 동양 예술에 깊은 영감을 받아 작업 방식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 시리즈: 유려한 선과 격자무늬를 활용해 동양의 서예와 정신을 탐구했습니다.
    • 엘리먼츠(Elements) 시리즈: 그리스 히드라섬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자유로운 에너지를 표현했습니다. 
작품의 특징
  • 동서양의 결합: 서구의 미니멀리즘과 추상표현주의에 동양 서예의 유동적이고 역동적인 선을 결합했습니다.
  • 질감에 대한 탐구: 밀랍을 섞은 물감으로 캔버스에 두껍게 칠해 매끄러우면서도 미묘한 표면을 만들어냈습니다.
  • 색채의 감정: 단색 회화 시절부터 색채가 지닌 정서적 힘을 중시하며 색과 빛에 몰입했습니다.
  • 끊임없는 변화: 평생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탐구하며 작품 세계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주요 작품
  • 《The Dylan Painting》(1966)
  • 《For Pearl》(1970)
  • 《Cold Mountain》 시리즈 (1988~1991)
  • 《Elements (Hydra)》(2000~2001) 
전시 및 시장
  • 2023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가고시안 갤러리 등 유명 갤러리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높은 경매가를 기록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리 크래스너(Lee Krasner)의 ‘Polar Stampede’(1960)
리 크래스너(Lee Krasner)의 ‘Polar Stampede’(1960)
리 크래스너(Lee Krasner)의 ‘Polar Stampede’(1960)

강렬하게 내달리는 ‘Polar Stampede’—리 크래스너의 밤, 혼돈, 그리고 예술의 분출

오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층별 산책길에서 만난 리 크래스너(Lee Krasner)의 ‘Polar Stampede’(1960)는 마치 대자연의 폭풍우처럼 한눈에도 강한 에너지를 쏟아낸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갈색, 검정, 크림빛 흰색의 소용돌이. 가까이 들여다보면, 작가가 붓을 한계까지 휘둘러 점점 부러질 듯 휘고, 마치 휘날리는 눈발처럼 흰색 물감이 뿜어져 나가는 순간까지 느껴진다.

밤에 깨어난 그림—상실과 불면의 추상

설명 카드에 따르면 이 작품은 ‘Umber Paintings’ 연작의 하나로, 밤마다 잠 못 이루던 시기, 어머니와 남편 잭슨 폴록을 잃은 뒤 그려낸 격정과 혼돈의 결과물이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환경에서 작업하며 색채에 대한 감각이 흐리진 대신, 붓질과 물감의 물리적 흔적이 더욱 절실해졌다. 그래서 그림은 더욱 침울하고 절제된 색감으로 완성되고, 화면 전체에 한밤중의 쓸쓸함과 격렬함이 뒤섞인 듯한 매혹을 품는다.

“캔버스를 밀어붙이는 삶의 힘”

리 크래스너의 ‘Polar Stampede’ 앞에 서면, 한 여성 작가의 인내와 상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끈질긴 의지가 물감과 붓질로 분출되는 현장에 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침울함 속에서도 끝내 뱉어내는 거친 터치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SFMOMA 여러 층을 돌아보며, 잊지 못할 밤과 같은 추상의 힘을 직접 마주하니, 오늘도 미술관 산책에서 살아 있는 감정의 물결을 만난 기분이다!

 


리 크래스너(Lee Krasner)의 'Polar Stampede' (1960) 전시장 안내문

리 크래스너는 잭슨 폴록의 배우자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그녀의 예술적 독립성과 역량은 그 자체로 대단했습니다. 'Polar Stampede'는 그녀가 남편과 어머니를 잃은 후 심한 불면증 속에서 밤마다 그린 작품군 'Umber Paintings'의 하나로, 갈색, 검정, 크림색의 색조를 사용해 침울함과 강렬함이 공존합니다. 붓을 최대한 휘둘러서 때로는 물감이 튀고 흩뿌려진 터치는 그녀의 감정의 폭발을 상징합니다.

이 작품은 잭슨 폴록과는 다른 컨트롤된 표현으로, 관람객을 포근한 감정의 품에 안기는 듯한 따뜻함과 강렬함을 동시에 전합니다. 리 크래스너의 이 작품은 추상 표현주의 속에서 진정한 여성 작가의 자유와 힘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SFMOMA 층별 산책길에서 만나는 리 크래스너의 'Polar Stampede'는 예술의 힘과 격렬한 삶의 감정을 깊이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리 크라스너 - 위키백과사전

리 크래스너(Lee Krasner, 1908~1984)

리 크래스너(Lee Krasner, 1908~1984)는 추상 표현주의 운동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화가이자 시각 예술가입니다. 잭슨 폴록의 아내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쳤습니다.
주요 생애 및 경력
  • 초기 교육: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크래스너는 13세에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뉴욕의 쿠퍼 유니온과 국립예술아카데미에서 미술 교육을 받았고, 한스 호프만의 문하에서 입체주의를 배우며 추상 회화를 시작했습니다.
  • WPA 프로젝트 참여: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는 미국 공공사업진흥국(WPA)의 연방 예술 프로젝트에서 벽화를 그리는 등 활발히 활동하며 대규모 작업을 경험했습니다.
  • 잭슨 폴록과의 만남: 1941년 한 전시회에서 잭슨 폴록을 만난 뒤, 1945년 결혼하여 롱아일랜드의 스프링스로 이주했습니다. 그녀는 폴록을 윌렘 드 쿠닝, 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 등 주요 인물들에게 소개하는 등 뉴욕 미술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 남편의 그늘: 크래스너는 생전 남편인 폴록의 명성에 가려져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956년 폴록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자신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며 새로운 작품 세계를 펼쳐나갔습니다.
  • 재조명: 생의 마지막 시기에 이르러서야 폴록의 아내라는 꼬리표를 떼고 독자적인 예술가로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1983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개최하는 등 뒤늦게 그 업적을 평가받았습니다. 
주요 예술 스타일 및 작품
  • 지속적인 변화: 크래스너는 특정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을 시도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으며, 정형화된 서명 스타일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 '리틀 이미지' 시리즈: 폴록과 결혼한 뒤 롱아일랜드에서 작업하며 추상적인 기호들로 가득 찬 작은 '리틀 이미지' 연작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추상 표현주의에 중요한 기여를 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 폴록 사망 이후: 폴록의 죽음은 크래스너의 작업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시즌스'(1957)와 같은 작품에서는 강렬한 생명력과 순환을 상징하는 추상적인 형태를 담아냈습니다.
  • 콜라주 작업: 콜라주 기법을 활용하여 추상 회화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에는 '프라이머리 시리즈'를 통해 인간과 동식물 등 다양한 소재를 그렸습니다.
  • '찬란한 에너지': 크래스너의 후기 작품에서는 밝고 경쾌한 색감과 그래픽적인 회화가 돋보입니다. 작품 《팔링게네시스》(Palingenesis, 1971)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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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 특별 전시실, 라그나르 키르타르손 Ragnar Kjartansson, ‘The Visitors’

14편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 미국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대표 작가, 솔 르윗(Sol LeWitt)의 ‘Forms Derived from a Cube’(1982)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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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편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 Ross Bleckner의 ‘Second Count No Count’(1990): 빛과 어둠, 우주와 몸—감정이 캔버스를 채운다. 엘리자베스 머레이(Elizabeth Murray)의 1988년 대표작 ‘Things to Come’!

17편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 브라이스 마든의 'Cold Mountain 6 (Bridge)'—동양의 선(禪)이 물든 추상적 산책, 리 크래스너(Lee Krasner)의 ‘Polar Stampede’(1960): 밤, 혼돈, 그리고 예술의 분출